불량식품은 왜 맛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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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따뜻해지니 점심 시간이 막 지난 시간이면 골목 골목 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꼬맹이 들의 재잘 거림이 더욱 커진 듯한 느낌이 듭니다. 물론, 추운 겨울철에도 아이들은 힘차게 뛰어 놀고 철을 모르는듯 여기 저기 뛰어 다니고는 했지만 어쩐지 봄이 오니 골목에도 봄이 오는 듯 아이들의 웃음 소리며 친구들을 부르며 뛰어 다니는 목소리 들이 조금은 더 활기차게 높은 소리를 내는듯 느껴 집니다.


그리고, 학교 앞 문방구 앞에는 유난히 1, 2학년 꼬맹이 들이 바글 바글 몰려 있는 풍경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문방구에 매일 매일 들리면서 사먹게 되는 과자들을 보면 한눈에 보기에도 만듦새가 조악한 불량식품들 일색 입니다. 우리 어른들 시각으로 보면 도대체 저런 정체 불명의 과자들을 왜 사먹는지 알 수 없는 노릇 이지만 요렇게 작은 꼬맹이들에게는 아마도 최고의 맛을 선물 하고 있는듯 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큰 아이는 이제 4학년이 되더니 사춘기를 맞이 하려고 하는지 제법 의젖해 지기도 했고 나름 또래 집단에서 폼(?) 을 잡으려는 것도 있고 해서 요런 불량식품을 조금은 멀리 하는 느낌이 있는데 문제는 이제 2학년이 되는 둘째 아이 입니다. 요 녀석은 1학년때 까지만 해도 간식 꺼리는 엄마나 아빠가 사다주는대로 그냥 아무거나 잘 먹더니 이제는 조금 컸다고 돈을 달라고 해서 혼자 사먹으러 다닙니다.


처음에는 학교갈때 학교 끝나고 간식 사먹으려고 하니까 돈을 달라고 하기에 이제 돈 쓸줄도 알고 요 녀석이 언제 이렇게 컸나 기특한 생각이 들어서 '얼마줄까?' 그러니까 천원만 있으면 충분 하다고 하길래 그런가 보다 하고 줘서 보냈는데 큰 아이 얘기를 들어 보니까 천원 으로는 빵 하나도 사먹기 힘들고 편의점에서는 과자 하나 사기 쉽지 않다고 하더군요..


세상에, 아이들 과자 값이 이렇게나 많이 오른것에 놀라기도 했지만 그럼, 우리 둘째는 도대체 매일 천원씩 가져가서 뭘 사먹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제 저녁에 천원을 주고 사먹고 싶은 것을 사오라고 시켰더니 문방구에 쪼르르 달려가서 검정 비닐 봉지에 잔뜩 사들고 들어 옵니다.






천원으로는 과자 하나 사기가 쉽지 않다고 했는데 이 녀석은 대여섯개는 되는 과자들을 사가지고 들어 옵니다. 그러면서 아주 자랑 스럽게 '천원 어치 다 사먹으려구, 다 샀어~" 아주 신이 나서 떠들어 댑니다..흠..


검정 비닐 봉지를 뒤져서 대체 뭘 먹고 다니나 살펴 보니..으악,,, 하나 같이 정체도 알 수 없는 이상 야릇한 젤리며 쫀드기 같은 불량 식품이 한 가득 입니다. 하나에 얼마씩 하냐고 물으니 보통 200원 정도 한다고 합니다.


어떤 맛일까 하나씩 맛을 보는데 헐... 대박 입니다. 시고 단 맛이 아주 강하고 게다가 인공 착색료와 향신료로 버무려 놓은듯한 강한 향은 입에 넣자 마자 도로 뱉어 내고 싶은 맛입니다. 불량식품에서 '옛날과자' 라는 영광스러운(?) 이름을 얻기는 했지만 여전히 아이들이 이런 과자를 먹는 것은 반대 하는 입장 입니다..^^; 도대체 이런걸 왜 사먹는지.. 에효.. '**야, 넌 이런거 맛있어?' 물으니 최고로 맛이 있답니다..쩝~






앞으로는 못 사먹게 해야 겠다 라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지난 세월호 때의 부모님들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생각이 났습니다. 


저 아이도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이런 맛을 싫어할 때가 오겠지요? 그리고, 우리도 어릴때 꽤나 불량식품을 많이 사 먹었던 기억도 났습니다. 불량식품을 사먹던, 집안에서 이리 저리 정신 없이 뛰어 놀던, 그저 우리 곁에 저리 건강하고 밝게 자라 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 한일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생각하기도 싫은 이야기 이기는 하지만 만일 우리가 세월호 아이들의 부모 였다면.. 저 아이가 세월호에 타고 있었더라면... 그 까짓거 불량식품쯤 먹고 싶은 대로 먹게 놔둘걸.. 그런 후회를 하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어릴때 그랬던 것처럼 저 아이도 딱 조만할때 잠깐은 불량식품에 빠져드는것이 아닐까요? 


또 하나 요즘은 두아이 모두가 건담과 마인크래프트에 빠져서 삽니다. 학교에 다녀와서 기껏 숙제를 다 해 놓으면 건담을 조립하고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전부 보내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마찬가지 이유로 어느 정도는 놔두고 있습니다. 







조금 이상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세상을 그래도 조금 살아 보고 아이의 부모가 되어서 보니 학교 생활 열심히 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잘 한다고 해서 행복한 인생을 살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후회 없이 해보고 싶은 것들을 많이 많이 경험 해 보면서 스스로 인생을 배워 가는 것이 더 좋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행히 이런 부모 마음을 알고는 있는지 두 아이 녀석 모두 때가 되면 지들 스스로 공부도 열심히 해서 성적도 아주 아주 좋은 편이고 학급에서 아이들에게 인기도 많아 회장도 하고 상도 많이 타 오고 그렇습니다. 무척 감사하고 다행 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은 둘째 아이가 심심하다며 저희 사무실로 놀러 왔습니다. 마땅히 외부 업무는 없는 날이어서 데리고 왔더니 사무실 소파에 벌렁 누워서 핸드폰 게임에 빠져 있습니다. 부모 마음이야 저 시간에 게임 그만하고 운동을 하던가 책을 읽던가 뭐 그런 마음이야 굴뚝 같지만 그저 지켜 봅니다.


어쩌면 저 아이들이 저 보다도 더 멋진 세상을 살아가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렇지만 여전히 좁쌀 같은 부모 마음으로 '이제 불량 식품 매일 먹으면 안된다~', '게임은 하루에 삼십분만 하는 거야~', '만화를 너무 많이 보면 안되~' 따위 잔소리를 매일 늘어 놓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들~ 엄마, 아빠는 너희들이 건강하게 자라누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 하단다.. 이건 진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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