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7080] 눈썰매 어디까지 타 봤니
- 일상이야기/일상의 소소한 이야기
- 2014. 1. 21.
어제는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에 꽤 많은 눈이 내렸다...저녁 늦게 아이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종이 박스로 아이들 셀매를 만드었다.
아이들 눈에는 종이 박스로 만든 썰매가 그닥 맘에 없는 눈치지만...허긴 요즘 마트에 가면 플라스틱으로 만든 썰매가 나와있긴 하더라구...
어릴적 우리집은 아주 시골이였는데 겨울이면 동네 친구들이며 언니 오빠들과 아침부터 다 저녁 때까지 밖에서 노는 일이 허다했다.
아침나절에 마을 여귀 논 앞에서 모여서는 집에서 가져온 고구마며 감자등을 가지고 나와서 불을 놓는다. 지금 세상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지만...그리고는 논 바닥에 쌓아둔 커다란 볒 집 덩어리 속을 파놓고 우리 본부라면서 작은 구덩이를 만든다. 한겨울 그 볒집 속에 들어가 있으면
얼마나 따듯하고 포근하던지...지금에야 가을 걷이 후 볒 집들을 큰 덩어리로 만들어서 하얀 비닐로 감아 놓지만 내가 어릴적에는 다 걷어가지 못
한 볒집들은 비와 눈에 젖지 말라고 어른들이 투명 비닐을 감싸 놓았는데 한 낮 그 비닐 속 볒집 구덩이에 들어가 있으면 그렇게 따듯할 수가 없
었다.
점심이 따로 있었겠나...집에서 가져온 고구마 감자 등을 구워 먹는게 그날 점심인거지...
그렇게 먹고는 하루 종일 추운지도 배 고픈지도 모르고 놀았다.
비료 푸대에 볒집 두 단을 넣고는 비탈진 곳을 찾아 썰매를 탄다.
지금 기억에도 제일 잼나면서 좋았던 장소는 바로 산소였다.
누구 어르신의 산소인지도 모른채 산소 옆 비탈에서 타면 그렇게 재미날수가 없었다.
어쩌다 산소 주인 할아버지께 걸리는 날에는 잔디 때 다 망친다고 혼나기 일쑤였고, 저녁 때면 그 산소 주인 할아버지지가 울 집에 찾아오신곤
하셨다. 그럼 울 할머닌 몰래 감처둔 막걸리 한병을 김치와 내놓으시며 할아버지 달래시기 일쑤였고....
할아버지가 집으로 돌아가시면 난 쥐 죽은듯 사랑방 증조 할머니 방으로 주랭낭을 치곤 했었다...
이제는 이런 아련한 어릴적 이야기들을 동창 친구들이나 만나야 풀어놓으니...세상 참...
내 두 아이들은 볒집이 뭔지...자세히 알지 못한다.
비료 푸대가 썰매로 변신한다는 사실도 자세히 모른다...
그때처럼 남 산소에서 썰매타다간 손해배상 거하게 해줘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은 아이들 입맛에 맞춘 반찬을 해서는 아이들 먹이기 위해 이것좀 먹어라 저것좀 먹어라 잔소리 하지만
내 어릴적엔 하루종일 놀다가 집에오면 그날 상에 올라온 반찬에 밥 한그릇 뚝딱 하면서도 얼마나 맛나게 먹어었는데...
늘 날 위한 반찬보다는 증조할아버지 위주의 것들이였지만....
오늘 저녁엔 아이들한테 내 아련한 엣 이야기들을 들려줘야 겠다...
아마도 어디선가 이 글을 보게 될...나와 같은 비료푸대 썰매를 탔던 세대라면 오늘 한번쯤 엣 추억에 빠져보심도....반가울듯 하지 않을까?
응답하라7080 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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