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이야기] 아줌마와 양말사이
- 일상이야기/일상의 소소한 이야기
- 2014.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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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아는 여자 지인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가 있어서 다녀왔다...다들 즐겁게 신년인사도 하고, 올 한해는 어케든 으쌰으쌰 해서 작년에 못다
한 성과들을 올해는 꼭 이루자며 서로 자축 겸 응원을 날리던 차...지인들 중 나름 젤루 멋 좀 부린다는 분이 양말을 신고 계신다.
" 어! 사장님 양말 신으셨네요?"
"어...ㅋㅋ 나 언젠가 부터 양말 안 신으면 발 시러서 못견뎌"
옆에 게시던 왕 언니가 한 마디 더 하신다.
"어머~ 너 양말 신었구나...난 내복 입었다야"
그러면서 서로들 나이 들어감에 먹쑥해 하길래 막내인 내가 얼렁 한마디 거들었다.
"저두요~ 작년 겨울 까지는 몰랐는데 올겨울 들어서는 뼈 속이 시럽다는 얘기가 먼지 알겠어요"
(어렸을 적 나는 나름 멋좀 부린다는 아이였다. 어른들이 이해 못할 옷을 몰래 사입고 다니다가 어느날 그 옷을 찾으면 이미 아궁이에
들어가 있거나...길게 입어야 간지나는 바지인데 내 키에 맞춰 바지단이 단정하게 재봉이 돼 있거나 ㅋㅋ...)
처음 높은 힐을 신을 때 부터 나는 절대로 양말은 고사하고 스타킹도 신지 않았다.
정말 이해 안됐던 패션은 구두에 양말을 신은 울 작은 엄마들이였는데...그때는 그 모습이 정말로 촌스럽고 나는 이담에 결혼을 하더라도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였다...
그랬던 내가...이제는 스타킹 위에 양말을 덧 신는다.
아에 양말을 신어도 무방한 구두를 일부러 찾는다.
식탐도 늘었다....그것도 엄청 나게시리~
아가씨 땐 살 찐다고서 밥은 반 공기를 넘지 않았고, 라면은 한 달에 한두번 먹을까 말까 였고, 고기를 먹더라도
상추 쌈 없이는 안 먹었다.
지금은...각종 이유와 항변을 넣어서 먹는다.
음식점에서 음식이 남으면 식당 이모한테 포장 해달라고 해서 집에 와서 먹는다. 아가씨 시절에 상상도 못할 일이였다.
엄마인 내가 잘 먹어야 아이들이 따라 잘 먹는다며 내 밥 그릇의 밥은 절대로 남기지 않는다. 아이들 껏도 나중엔 내가 다 먹는다.
밤 늦게까지 작업하는 남편이 야식이라도 찾을때면 영락없이 라면을 끊여 같이 먹는다. 밥도 말아 먹는다.
고기 먹는 날 에는 야채는 별루 먹지 않는다. 야채 많이 먹으면 배 불러서 고기 많이 못먹으니깐...ㅋㅋ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그날 식사 자리에서 얘기 했더니 지인들이 그렇게 배를 잡고 웃을 수가 없다...
다들 일 하는 분들이라 자기 관리를 해야 하는 자리이지만...그 자리 이전에 우린 엄마고 아줌마들인걸....
어느새 2~3만원 주고 새치 염색을 해야하고...양말을 신어도 괜찮은 구두를 사고...얉으면서 따뜻하고 티 안나는 내복을 사고...
양말 신은 모습 보이기 싫어서 신발 안 벗는 식당에서 밥 먹기를 바라는 우리들 이지만...
어케 하겠어~
그치만 아가씨 들이여!
우리도 한 때는 남들이 보면 이슬만 먹고 사는 줄 알던 때가 있었다
무서운거 못 보고...무거운 것 못들던...그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우리들이 빛나는 이유는 산고를 이겨낸 엄마이며...
한 가족의 든든한 가장의 아내이기 때문에...
아침 일찍 눈 덮힌 아파트 전경 사진 한장과 눈 많이 내렸으니 운전 조심하라는 친구의 카톡 메세지가 젤 먼저 나를 반겨준 오늘...
일찍 퇴근해서 저녁 준비하며 언젠가 울 큰아들이 선물로 사준 양말을 꺼내 신어본다...그리고 한 컷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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